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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5.06.24 허삼관 매혈기 (1996, 許三觀賣血記)


살아가다 보면 누구에게나 필요한것이 몇가지 있는데, 그것들중 하나가 바로 [비상금]일 것이다. 급하게 돈이 필요할때나, 혹은 가족몰래 뭔가를 하고 싶을때 쓰는것이 바로 [비상금]이니까 말이다. 이런 대비를 누구나 하고 있을테지만 허삼관은 그 대비를 자신의 "피"로 대신하고 있으니... 웃어야 할까? 울어야 할까?

제목처럼 이 책은 허삼관이라는 사람이 삶을 살아가면서 급하거나, 혹은 계획에 없는 일이 생겼을때 "피"를 팔아 삶을 지탱해 나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역시 사람의 인생이란 구구절절한 지라- "피"를 파는것 자체만으로도 오싹한 일지만, 허삼관은 아내를 얻고 아들들을 낳고 그 아들들과 살아가고, 거기에 이웃과 부대끼고, 정치적 격변기도 거치고. 어찌나 사연이 많은지 읽다보니 정말 "피"를 파는 일은 지갑 깊은 곳에서 꼬깃 꼬깃 접어놓은 지폐를 꺼내는처럼 여겨진다. 생명을 담보로 이어가는 삶이라니... 작가는 어느 누구나 이렇듯 생명을 걸고 자신들의 삶은 책임감 있게, 그리고 힘겹게 이어가고 있다는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한국판 서문에서 [평등]을 이야기하고 싶었다는 작가. 목숨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있는 [피]. 그것의 평등함과 삶을 영위 하는 자체의 평등함 이라니. 시뻘겋게 솟아 오르는 피만큼이 어떤 대꾸도 할수 없는 사실, 그 자체인듯 하다.

말했듯이 이 소설은 "매혈"행위에 말고도 많은 것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다. 아내를 얻고 가족을 꾸려가는 일. 특히 허삼관이 그토록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피]를 나누지 않더라도 오랜 세월 함께 하면서 진정한 가족으로 거듭나는 모습을 보여준다던가, 아무리 악다구니를 치며 원수처럼 지낸 이웃이라도 죽음 앞에서 초라해질때는 아낌없이 인정을 베푸는 모습이라든지... 짧지만 풍자어린 문체속에 모두가 평등한 "피"를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가 공감할수 있는 이야기가 숨어 있다.

고등학교 다닐때 억지춘향식으로 읽었던 고전문학들에서 느꼈던 해학과 풍자의 맛이란. 그시절 그런 입시의 압박에서 벗어나 좀더 유유자적하게 우리의 고전을 읽었더라면 이런 느낌을 가질수 있지 않았을까 라고 생각이 들었다. 중국소설이라면 [삼국지] [서유기]류 밖에 제대로 접해본적이 없는 나에게 역시나 신선한 감동으로 다가왔던 책임은 분명한것 같다. (2005. 6. 24)


《허삼관 매혈기 (1996, 許三觀賣血記)》
- 지은이 : 위화 (余華)
- 옮긴이 : 최용만
- 출판사 : 푸른숲
- 발간일 : 1999-02-03 / 342쪽 / 210*148mm (A5)
- ISBN : 8971841737

** 푸른 고양이 **
Posted by bride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