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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7.06 수퍼맨 리턴즈 (2006, Superman Returns)

속도감이라는것은 매우 상대적이다. 어떤때는 빠르게, 어떤때는 늦게 느껴진다. 속도라는게 그렇다. 예를 들어보자. 과거에 PC 통신이라는 개념이 생겼을때는 접속만 되어도 만만세였다. 전화를 걸어놓고 띠디디~ 하는 소리를 몇분은 반복되어 겨우 겨우 연결이 됬다. 그래서 천천히 늦게 정보를 수집하고, 채팅을 하고, 만리장성을 쌓았다. 지금은? 단 3초도 못참는다. 익스플로러 아이콘을 눌렀을때 바로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으면 가슴 깊은 곳에서 울화가 치민다. 둘사이에는 10여년의 세월의 차이가 있을뿐이다. 그렇게 다르게 느껴진다. 왜 이런 이야기를 하냐고? 이 영화 <수퍼맨 리턴즈>를 보고 있노라니, 영화 전개의 속도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뼈져리게 느껴지더라.

어릴적 티비에서 하는 수퍼맨은 환상 그자체였다. 외계에서 온 왕자라니! 외계에서 오는 것도 모자라 왕자이기까지 했다. 거기다가 여자주인공이 죽으면 지구를 꺼구로 돌려서라도 살려내는 순정파다. 힘도세고, 빠르고, 언제 어디서나 타나난다. 이 얼마나 만족스러운 판타지인가. 이 수퍼맨이 청소년기로 돌아왔을때 심히 언짢았다. <스몰빌>이 재밌긴했지만, 어린시절 내가 브라운관을 들여다보며 꿈꿨던 판타지 아닌, 조금 능력이 뛰어난 사춘기 소년이 있지 않았는가! 더우기 그동안 "생활고에 찌들리거나"(스파이더맨) "유년기의 우울에 몸부림치거나"(배트맨), "고통에 늘상 시달리는"(엑스맨) 맨들하고만 만나와 트라우마가 있는 히어로에 식상한 참이었던 차,  "진짜" 수퍼맨이 브라이언 싱어 감독과 함께 돌아온다고 했으니 어찌 기대하지 않을쏘냐! 맨중에 맨! 외계의 왕자가 돌아온다니 말이다!!

아아~ 그러나 님은 떠나가고, 수퍼맨은 나를 배신했다. 나는 꼬마에서 이제 새치머리를 고민하는 늙다리고 자라났고, 인터넷창이 뜨는 1-2초도 못참아 안날이 나는 전형적인 한국의 빨리 빨리 족이 되어버렸는데... 브라이언 싱어의 손을 다정히 맞잡고 돌아온 수퍼맨은 처음 나에게 모습을 보여줬던 그때 그대로의 속도감을 가지고 스크린에서 왔다 갔다 하더라. 한장면 한장면 예전의 추억을 되살려 보려고 발버둥 치면 보았지만 심야 영화가 가져다 주는 기본적인 졸음조차 쫓아내지 못하게 하는 영화라니!!! 아직도 음악을 들으면 마음이 울렁거리는데- 수퍼맨의 활약은 더이상 나의 말초신경을 자극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영화가 아주 못났다는것은 아니다. 영화는 철처히 과거의 수퍼맨을 그리워하며 화면 하나 하나에 과거에 대한 향수를 철저하게 담아낸다. 아, 저장면! 아, 거저! 하면서 추억을 되새길 만한 씬들도 쏟아진다. 하지만 단순히 추억만을 되새기 위해서라면 그냥 옛날 영화를 다시보면 되는것이다. 나는 거기에 더하여 새로운 수퍼맨을 기대한것있는데... 지루하기 그지 없는 화면들로 그 기대는 무참히 박살나버리 힘없이 극장문을 나서야만 했다. 만약 수퍼맨 리턴즈의 리턴즈가 다시 만들어진다면 제발 2000년도 버전 속도감으로 되살아 나길 간절히 빌면서 말이다. (2006. 7. 6 ⓒ bride100.com)


《수퍼맨 리턴즈 (2006, Superman Returns)》

· 감독 : 브라이언 싱어
· 출연 : 브랜든 루스 / 케빈 스페이시 / 케이트 보스워스
· 각본 : 마이클 도허티 / 댄 해리스 / 브라이언 싱어
· 장르 : 블록버스터 / 액션
· 국가 : 미국
· 상영시간 : 153 분
· 등급 : 연소자 관람가
· 개봉 : 2006-06-28
· 제작사 : Warner Bros.
· 배급사 : 워너 브라더스
· 공식홈페이지 : http://supermanreturns.warnerbros.com/

** 푸른 고양이 **
Posted by bride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