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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5.05.31 바람의 열두 방향 (1975,The Winds Twelve Quar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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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물에 관심이 있다고 찝쩍이고 다녔으니, "어슐러 K. 르 귄"이라는 작가를 모르지는 않는다. 그러나 내가 관심을 가질무렵에는 번역본을 구하기가 참으로 힘든시기였고, 사전을 끼고 볼만큼 열성적으로 좋아하지 않았으니 읽을 기회가 없었다. 그러다가 얼마전 우연치 않은 기회에 작가의 초기 단편선을 읽게 되었는데... 뭐랄까- 거대한 파도에 휩싸인듯한 느낌이 들었다.

데뷔부터 10여년간 작가의 초기 단편선을 모아놓은 이 책은 작가의 유명한 시리즈들의 원류가 되는 단편들이 대거 실려 있다고 한다. 헤인 시리즈나, 어스시 시리즈라고 하는데... 난 아직 읽어보지는 못했다. 그래서 자세한것을 모르겠지만, 대충 3개정도로 큰 카테고리가 나눠진다.

작가가 창조한-원래 모든걸 창조하긴 했지만- 일종의 환타지 월드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들과 SF에 기초를 한 인간이 극한 상황이나 감당할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면 어떻게 되는가를 파헤친 심리 과학물, 그리고 철저히 존재와 근원에 대한 철학적 문제로 이야기를 꾸려가는 에피소드들로 나눌수가 있겠다. 첫번째 카테고리는 헤인 시리즈의 원형이라고 하는데, 정말 헤인시리즈를 읽어보고 나서 뭐라고 말을 할수 있을것 같다. 마지막 카테고리로 읽힌 근원에 대한 문제는.. 뭐랄까, 너무 어렵다고 할까?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한 단편선에서 너무나 큰 질문을 받은 느낌이라서 대답할 말 조차 떠오르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아직 이에 해당하는 마지막 이야기 <혁명전날>은 제대로 읽지도 못했다. 이러한 상태니, 가장 쉽게 읽히고 머리에 남는건 두번째 카테고리다. SF설정을 바탕으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 부분인데, 특히 <아홉 생명>과 <제국보다 광대하고 더욱 느리게>는 많은 이야기들 중에서 기억에 남는다.

한사람의 9명의 복제 인간들이 하나의 객체로서 있는 세상의 이야기인 <아홉 생명>은 복제 인간(클론)이라는 비 인간적인 분야를 다루면서 인간만이 지닐수 있는 비애가 한껏 살려져 있다. 읽는내내 가슴이 아파 온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겠지만... 그리고 <제국보다 광대하고 더욱 느리게>는 다른 어떤것보다도 설정의 참신함과 그것을 풀어가는 힘에 놀랄뿐이었다. 자폐증에 걸린 사람이 꾸준한 치료를 통해 자신의 안을 파고드는 자폐라는 병에서 세상의 모든 생명체의 감정을 느낄수 있는 안테나로서의 역할을 할수 있다는 설정을 바탕으로 이야기을 풀어간다.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받을수 밖에 없는 인간들의 모습을 극대화해서 극단의 모습을 보여주는 작가의 통찰력에 경의를 표할수 밖에 없었다.

워낙에 심란했던 한달이라서 책에 손에 잡히지 않기도 했지만, 한장 한장 책장을 넘기는것이 힘에 겨웠다. 이야기 자체의 재미있고, 없고를 떠나 스삭 읽어버리라는 얄팍한 나의 마음을 비웃듯이나 하듯이 매 이야기속에 그냥 넘길 수 없는 무게을 느꼈다고나 할까? 한번 읽고 감상문이나 대충 끄적이고 말 책은 분명 아닌것 같다. 책장 깊숙한곳에 두고, 생각이 날때마다 한번씩 읽는... 아마도 읽을때 마다 책 속에서 새로운것을 찾을수 있는, 바로 그런 책 인 것이다. 다른 어떤것보다도 먼저 이 책을 사 놓아야 겠다.(2005. 5. 31 ⓒ bride100.com)

<기억을 위한 목차>

샘레이의 목걸이
파리의 4월
명인들
어둠상자
해제의 주문
이름의 법칙
겨울의 왕
멋진 여행
아홉 생명
물건들
머리로의 여행
제국보다 광대하고 더욱 느리게
땅속의 별들
시야
길의 방향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
혁명 전날



《바람의 열두 방향 (1975,The Winds Twelve Quarters)》
- 지은이 : 어슐러 K. 르 귄(Ursula K. Re Guin)
- 출판사 : 최용준
- 발간일 : 2004-10-27 / 514쪽 / 188*128mm (반양장본, B6)
- ISBN : 8952737911



** 푸른 고양이 **
Posted by bride100